금요일 저녁, 솔직히 오늘도 똑같은 일상이 반복될 줄 알았어요. 퇴근하고 집에 가서 라면이나 끓여 먹으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친구한테 전화가 왔어요. 목소리가 심상치 않더라고요.
“야, 오늘 기분 존.나 꿀꿀하지 않냐? 분당 셔츠룸 땡기는데 같이 가자.”
처음엔 헛웃음만 나왔어요. 평소 같으면 “야 됐어” 하고 끊었을 텐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땡기는 기분이 있더라고요. 일주일 내내 야근에 시달리고, 머리도 복잡해서 그런지 뭐랄까, 그냥 몸이 알아서 반응한 느낌이었어요.
결국 “알았어. 어디야? 내가 간다.” 하고 대답해버린 나. 그때 이미 오늘 하루는 평범함과 멀어지고 있었어요.
분당역 근처에 있는 셔츠룸에 도착했을 때, 입구에서부터 묘하게 설레는 기분이 들었어요. 평소엔 안 가본 곳이라 긴장도 살짝 됐고요.
문을 열자마자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분위기가 생각보다 훨씬 세련됐어요. 테이블에는 기본 안주가 깔끔하게 놓여 있고, 은은한 조명이 딱 기분 좋게 비추더라고요.
자리 잡고 앉자마자 친구랑 저랑 둘 다 얼굴에 웃음기가 떠나질 않았어요. “이거 진짜 오랜만에 기분전환 된다” 하고 서로 눈빛 교환했죠. 사실 술도 한 잔 하기 전부터 기분이 이미 반쯤 풀려 있었어요.
맥주 한 병 시켜놓고 가볍게 건배했어요. 시원한 첫 모금이 목으로 넘어가는데, 그 순간 머리끝까지 긴장이 사르르 녹더라고요.
“야, 그래도 이거 괜찮다.” 친구가 씨익 웃으면서 말하는데, 괜히 같이 웃음 터졌어요. 그렇게 두 번째 잔, 세 번째 잔… 시간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어요.
한참 웃고 떠들다가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테이블도 다들 신나게 즐기는 분위기더라고요. 거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아 오늘 제대로 놀아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셔츠 차림의 매니저분들이 들어오는데, 솔직히 말해도 돼요? 순간 좀 심장이 두근거렸어요.
그냥 서비스라기보단, 뭔가 친근하고 편안한 느낌이 있었거든요. 너무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리 분위기를 풀어주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한 분이 “처음이시죠? 편하게 즐기세요”라고 웃으면서 말하는데, 기분이 더 좋아졌어요. 술기운도 살짝 오르고, 그 순간만큼은 복잡했던 일들이 머리에서 싹 사라졌어요.
맥주에서 소주로 넘어가니까 대화 수위도 점점 올라갔어요. 별것도 아닌 얘기에 웃음 터지고, 서로 옛날 연애 썰 풀다가 “야, 그 얘긴 하지 말라니까” 하면서 얼굴 빨개지고.
진짜 오랜만에 이렇게 배 잡고 웃은 것 같아요.
그냥 오늘 하루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재미있게 놀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바람이 제대로 이뤄졌죠.
가끔은 이렇게 좀 유치하게 떠들어야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마지막 소주잔을 비우고, 친구랑 동시에 “아 오늘 개꿀잼이었다” 하고 외쳤어요.
계산 끝내고 나왔는데 밤공기가 왜 그렇게 상쾌하던지. 두 시간 전만 해도 모든 게 답답하고 지겨웠는데, 딱 그 시간만큼은 진심으로 즐겁더라고요.
집에 가는 길에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야, 다음에 또 오자.” 저도 고개 끄덕였어요.
분당 셔츠룸에서 보낸 그 몇 시간이, 평소에 잃어버리고 있던 여유와 웃음을 다시 꺼내준 기분이었어요.
다음 주도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오늘만큼은 기분 좋은 해방감을 제대로 맛봤어요.